“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리는 예외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32)는 14일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을 허용한 결정에 강하게 비판했다.
김연아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검정색 이미지와 함께 “도핑 위반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글을 영어로 남겼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날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발리예바의 출전정지 징계를 철회한 것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한 국제검사기구(ITA),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WADA가 지정한 금지약물이자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ITA는 이 사실을 ROC가 피겨 단체전에서 우승한 다음 날인 8일 확인했다. RUSADA가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발리예바가 항소하자 징계를 철회했다. ITA 등이 제동을 걸었고 결국 CAS에 제소했다. 발리예바는 결국 15일 열리는 피겨 여자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김연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 동안 김연아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근황 등만 가끔 전해 왔다. 김연아가 이번 CAS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현재 상황이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며, 후배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리예바의 출전을 두고 선수들과 피겨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금지약물 복용이 확인된 발리예바가 도핑 위반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겨루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출전 중인 김예림(19·수리고)는 이날 훈련을 마친 뒤 발리예바의 출전 소식에 대해 “모든 선수가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 미국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도 이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이 그 동안 깨끗한 올림픽을 지향했던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노력을 무시한 행위라는 의견이 많다.
피겨 단체전에서 ROC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올림픽위원회는 “깨끗한 선수들이 평등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 권리가 거부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깨끗한 스포츠에 대한 체계적이고 만연한 무시의 또 다른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력만으로 볼 때 금메달이 유력한 발리예바가 금메달을 따도 ‘도핑 위반’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꿈은 이룰지 모르지만 ‘피겨 여왕’ 김연아처럼 존경과 전설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출처: 동아일보/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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